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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요람으로
2014-09-22
1798
지난 여름 학교에서 진행하였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세미나 중 내가 주절주절 얘기한 말을 듣고 이 책을 읽는다면 명확히 정리 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것 이라며 경주 선배가 요람에서 요람으로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이 책은 기존의 요람에서 무덤으로(cradle to grave) 모델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시작하였다. 요람에서 무덤으로라는 말은 내가 생각했던 인간이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선순환'을 뜻하는 용어가 아니었다. 이 모델은 자연에서 자원을 채취해 만든 제품이 얼마동안 사용되다가 매립지나 소각로 등의 ‘무덤’에서 폐기처분되는 악순환을 뜻하는 말로 현대 지구의 순환시스템을 비판하는 용어였다.

현대 도시는 '요람에서 무덤으로' 식의 디자인이 제조업을 지배하고 있다. 몇몇 자료에 따르면 소비재에 사용되는 재료의 90퍼센트 이상은 제품의 제조가 시작되는 동시에 못쓰게 된다고 한다. 제품 자체가 오래 가지 못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비싼 최신형 제품을 새로 사는 것이 기술자를 찾아내 기존 제품을 수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 때도 있다. 사실 소비자로 하여금 쓰던 물질을 버리고 새 것을 구입하라고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 동안만 내구성을 갖게, 즉 ‘적당한 때가 되면 지겨워지도록’ ‘내재적 태화 방식을 적용하여 설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통에서 볼 수 있는 폐기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제품 그 자체는 생산과 유통과정에 소요되는 전체 원자재의 5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심심하면 바꾸는 핸드폰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제품들의 혁신적인 발전은 자주 나타나지 않지만 다양한 디자인의 변화와 소량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마치 새제품인양 홍보한다. 또한 개별 부품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여 소비자들은 일단 제품이 고장나면 고칠 생각보다는 새 제품을 구매할 생각부터 하게 만든다. 우리는 새로운 핸드폰을 살 돈이 아깝긴 하지만 '할부'라는 제도 덕분에 새로운 제품같이 생긴 예쁜 핸드폰으로 주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새로운 휴대폰을 사게 되면 당연히 예전 핸드폰은 쓸모가 없어진다. 버려지는 휴대폰들은 일부 재활용이 되는 부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버려진다... 주절주절 쓴 이 순환시스템은 핸드폰 뿐 아니라 많은 제품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구의 천연자원이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요소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산업은 인간의 세계관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던 시절(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패러다임(요람에서 무덤으로 모델)을 아직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얘기 한다. "이 제품은 환경에 덜 나쁜 '친환경' 제품이다. 이 제품을 쓰면 지구에게 좋다"... 그 사람들의 말이 100% 틀린 것은 아니다. 일반 제품보다 친환경 제품을 쓰면 환경을 덜 해치긴 하니까... 하지만 덜 해칠뿐... 해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지구를 살리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파괴를 늦추는 것이 아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흔히들 ‘재활용’이라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라며 스스로 뿌듯하게 여기지만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생용품은 사실 기존의 용도보다 못한 ‘다운사이클링’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원료들은 재활용과정에서 다른 물질과 마구 뒤섞이면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하지만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는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하여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생물권의 오염도 증가시킨다. 디자인에 있어 재활용만을 강조하느라 다른 요건에는 별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인 것이다. 위와 같이 그저 피상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인간의 창의성, 문화, 생산성을 충분히 이용하는 제품과 시스템을 설계하면 어떨까? 그것이 훨씬 지적이며 안전한 길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라는 종족은 생태계에 비탄의 흔적이 아닌 환희의 흔적을 남길 수도 있지 않을까?

위에서 쓴 '요람에서 무덤으로' 방식을 규제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생태적 효율성(4R-Reduce, Reuse, Recycle, Regulate)였다. 하지만 생태적 효율성을 추구는 생산 또는 배출되는 독성 폐기물의 양이든, 사용하는 원자재 양이든, 혹은 제품 자체의 크기를 줄이든, 뭐든 상관없이 ‘감소’는 생태적 효율성을 지탱하는 중심 원리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감소로는 고갈이나 파괴를 막아내지 못한다. 고갈이나 파괴의 기간을 연장시키고 그 영역을 좁히는 것은 단지 속도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업에 각종 규제를 실행해 잘못에 대한 처벌을 하지만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 규제는 문제의 근원인 디자인에 대한 재고보다는 천편일률적이고 결과론적인 해결책만을 요구하는데 이는 기업가에게 ‘디자인이 결과론적으로 규제수치만 넘기지 않으면 아무 관계가 없다’ 라는 결론을 가지게 하며 환경보호를 중요한 경제 활동이나 목표와는 상관없는 부가 영역으로 인식하게 하여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끊게 한다.

​생태적 효율성은 오래되고 파괴적인 시스템을 그저 조금 덜 파괴적으로 만들 뿐이다. 그러나 그 미묘하고 장기적인 효과 때문에 오히려 생태계에 더 유해할 수 있다. 천천히, 신중히, 효율적으로 파괴된 환경이 다시 건강해지고 온전해지는 데는 급격한 파괴를 겪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제조과정에 따르는 부작용은 우연의 산물이 결코 아니다. 문제가 바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고의적이고 지속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자연의 복잡성과 그 지혜로움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단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이롭게 해주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은 최고 수준의 기술과 문명을 통합할 능력이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문명화된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반영시켜야 한다. 건물, 각종 시스템, 마을, 도시 등과 그 주변 생태계가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도록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어떤 곳들은 인간의 참견이나 간섭 없이 자연 그대로 번성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산업 시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풍요롭고 현명하게 운영된다면, 인간의 다른 활동으로부터 고립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계속 번영을 누리기를 바란다면, 영양 물질 흐름과 물질대사를 중시하는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라는 자연의 효과적인 시스템을 보고 따라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폐기물이란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폐기물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맨 첫 단계부터 디자인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폐기물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물질대사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 하다. 지구상에서는 두 가지 분명한 물질대사 방식이 존재한다. 첫 번째 것은 생물학적 물질대사 혹은 생물권이라 부르는 자연계의 순환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 물질대사 혹은 기술권이라 부르는 산업계의 순환으로, 자연으로부터 각종 기술적 물질을 거둬들이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기업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과 사용하는 원자재를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이 두 물질대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새로운 영양 물질을 순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물질은 생물학적 순환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은 물질이나 제품을 뜻한다. 기존의 샴푸 병, 치약 튜브,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 통 같은 포장재가 다른 내용물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썩지 않고 남아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왜 정부에서는 이런 물질들을 다운사이클하거나 매립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까?

​기술적 물질은 기술적 순환, 기술적 물질대사 과정으로 되돌아가 사용될 수 있는 원료나 제품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제품들은 유독물질을 포함하고 있지만 또한 다시 사용되어 질 수 있는 귀중한 영양 물질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생물학적 영양 물질과 분리하는 것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업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업사이클’이란 산업 물질의 순환에 있어 원래의 특징을 계속 유지하며 재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람에서 무덤으로’ 방식의 내재적 퇴화 방식을 사용하면 재활용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만 증가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을 미리 염두에 두고 물건을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 해야한다. 이 새로운 시스템의 장점은 ① 별로 소용도 없을뿐더러 잠재적으로 위험한 폐기물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② 제조업자들이 값비싼 원료를 구하는 데 사용하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③ 귀한 원료를 채취할 필요가 없으며 PVC와 같은 파괴적인 물질의 제조가 중단되어 제조업자와 환경에 큰 혜택을 준다. 이는 ‘요람에서 무덤으로’의 패러다임에서 ‘요람에서 요람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전략이 될 것이다.

왜 같은 자원을 가지고 경쟁하며 싸워야 하는가? 개미는 각기 다양한 지위(niches)를 발견해 생산적인 경쟁을 벌여 공생하는 방안을 찾는다. 인간은 어떠한가? 단일 문화를 추구하며 다양성을 해치고 있지 않는가? 자연계를 본보기로 삼을 경우, 인간이 만들어낸 산업이 이 거대하고 활기 넘치는 생태계를 유지하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산업체는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에너지 유입 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지역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요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를 주변의 문화나 풍경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독립체로 바라보지 말고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며 '뭐 당연한 얘기네'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250페이지 가량의 책 중 150페이지를 읽은 후 '이 책이 몇년에 나온 책이지?' 하며 출판년도를 보았다. 2002년... 어... 어?!??! 이미 10년도 전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을 나는 이제서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주장햇던 4R(Reduce, Reuse, Recycle, Regulate)... 4R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지구를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요람에서 무덤으로'가 아닌 '요람에서 요람으로'라는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조경은 어떠한가? 산업화 사회의 패러다임에 필요했었던 환경오염문제를 저감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수 많은 녹지공간들... 이러한 녹지공간들은 산업화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였다. 하지만 21세기는 산업화사회에서 '지식정보산업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새롭게 변한 패러다임에 기존의 조경이 맞을리가 없다. 자연히 조경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맞는 것이다. 조경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위의 생각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학교 연구원들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요!!"
강경주
재밌고 다시금 생각이 드는 책ㅋㅋ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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